“걸으면서, 이야기 나누면서도 할 수 있는 게 명상”
- 작성일2020/11/04 10:31
- 조회 360
- 이창수 기자
- 2020-11-03 20:07:10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공동운영위원장
정호스님에 들어본 ‘마음 수행법’
“코로나 시대 가장 중요한 건 자비·사랑
보통사람도 명상 통해 이를 얻을 수 있어
모든 깨달음은 사실 자신 안에 있는 것
명상은 바로 이런 걸 찾아내게 해줘”
이번 박람회 불교계 최대 행사 중 하나
불교·심리학 접목한 서구 수행법 등 소개
명상이란 무엇일까.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함’이란 사전 속 설명처럼 명상은 대개 조용한 장소나 자연 속에서 점잖게 가부좌를 틀고 무념무상에 빠지는 행위쯤 여겨지지만 실상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형식보다는 실질이 중요하다.
“염불을 외우면서도, 걸으면서도,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가능한 것이 명상입니다. 내 존재가 이 세상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리고 깨닫는 것, 그 자체가 명상입니다.”
5일부터 열하루간 비대면 방식으로 열리는 불교계 최대 축제,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큰 주제는 ‘마음챙김으로 건강하게 행복하기(mindful wellness)’이다. 마음챙김은 불교의 전통 수행방법에 현대의 심리학이 더해진 명상 수행법을 이른다. 불교신문 사장이자 이번 박람회 공동운영위원장인 정호 스님을 2일 만나 불교에서 말하는 명상의 의미를 들어봤다.
◆코로나19와 불교
올해 우리 사회에 던져진 화두는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이 유례를 찾기 힘든 거대 역병은 사람들을 뿔뿔이 갈라놓고 서로를 의심케 하였으며 생명마저 앗아갔다. ‘코로나 블랙(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우울감을 넘어 좌절, 절망, 암담함 등을 느끼는 증상)’이란 신조어는 우리가 겪는 현실을 압축한다.
자기 내면을 다스리는 불교 특유의 명상 수행법이 전 세계적으로 새삼 조명되고 있는 것은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불교에 동체대비(同體大悲)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생에 대한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을 말하는 것이지요. 자비심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고통받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호 스님은 이런 자비심을 명상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비는 본질적으로 타자를 향하는 것이며 자신을 넘어 타자와 스스로가 속한 공동체의 의미를 깨닫는 것, ‘모든 것은 이어져 있다는 연기(緣起)에 대한 사띠(sati·알아차림)’가 명상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타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결과적으로 개인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어떤 것이든 목적이 개인에 머무르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자각과 깨달음이 없다면 궁극의 행복과 편안함은 얻을 수 없습니다.”
이는 대승불교, 즉 자기 자신만의 해탈을 목적으로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많은 중생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우리 불교 전통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명상을 도구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게 아니다”라 말한다. 요컨대 불교에서 내려오는 명상 수행이 ‘지친 현대인들의 정신 힐링법’쯤으로 좁아져 개인의 우울감이나 감정 다스리기에 머무른다면 그 의미가 바랜다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기도 끝에 꼭 발원문을 외웁니다. 우주 만물 모든 생명이 평안하기를 염원하는 것이지요. 명상 역시 자기 스스로를 넘어 공동체에 대한 태도와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질 것인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말하자면 어떤 경우에도 물러서지 않는, 모두에게 평등한 자비심을 가지는 것이 목적인 셈이죠.”
◆“박람회, 깨달음의 계기 되길”
정호 스님이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은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불교계 최대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2013년 시작해 올해로 8번 열렸으며 매년 6만∼7만명이 참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화두를 살펴 깨달음을 얻는 한국 불교의 간화선 수행을 비롯해 부처님의 수행법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의 위빠사나(남방불교) 수행법, 불교와 뇌과학·심리학을 접목한 서구의 마음챙김 수행법, 달라이 라마가 말하는 티베트 불교 수행법 등이 다채롭게 소개된다. 여기에는 “오로지 하나의 수행법만 정답은 아니며 각자 형편에 맞는 수행법을 찾아보라”는 속뜻이 담겨 있다.
물론 전통문화 사업체들의 부스 판매가 제약되는 등 아쉬운 점도 있지만 온라인으로 열리는 만큼 초청 명사들의 라인업이나 프로그램 구성은 예년에 비해 풍성해졌다는 평가다.
“불가피한 온라인 개최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특정 지역과 공간을 넘어 더 많은 이들이 불교를 주제로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디지털화와 언택트는 어쩌면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일지도 모릅니다. 3박4일 동안 4∼5명의 연사만 불렀던 예년에 비해 기간과 연사의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은 소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돈을 내고 각국 명상 수행법을 듣는 ‘명상웹콘퍼런스’는 해외에 있는 불교 신자들을 포함해 200명 넘게 신청했다고 한다. 이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사이트는 지난 한 달 동안 하루 2500∼3000명씩 접속했다. 단순 계산하면 한 달 새 6만명이나 다녀간 셈인데, 명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읽을 수 있다.
“모든 깨달음은 사실 자기 안에 존재합니다. 다만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죠. 명상은 이처럼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잊고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행위입니다. 불가의 줄탁동시(?啄同時)라는 말처럼 이번 박람회가 어떤 깨달음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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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계일보(http://www.segye.com/newsView/20201103519447?OutUrl=d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