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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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한국문학의 거목, 한승원 작가의 자전적 산문집
22년 전, 서울에서 고향 장흥으로 내려간 작가는 바닷가에 작은 집을 짓고, ‘해산토굴’이라 이름 짓는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을 가둔 채 오롯이 인간 성찰의 도구로써 글을 써왔다. 안과 밖, 세상과 자연의 경계에서 작가는 소박한 일상과 우주적인 사유를 오가며 겸허한 인간론을 펼쳐왔다. 이제 땅의 끝이자 바다가 시작되는 곳에 다다른 작가는 인생의 말년을 냉철하게 목도하며 지난 삶을 반추, 이별 연습을 하고 있다.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 아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러한 그의 현재적 고뇌는 죽음마저도 삶으로써 살아내겠다는 다짐이며, 그 치열한 능동적 삶의 태도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부록 ‘사랑하는 아들딸에게 주는 편지’는 바로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치열한 삶으로의 권유, 바로 그것이다.
[저자]
한승원
자신의 고향인 장흥, 바다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애환과 생명력, 한(恨)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온 작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교사 생활을 하며 작품 활동을 병행하다가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목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뒤 소설가와 시인으로 수많은 작품을 펴내며 한국 문학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김동리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 한국 문단에 큰 궤적을 남겼다. 소설가 한강, 한동림의 아버지이기도 하며 장흥 바닷가 해산토굴에서 집필중이다.
그의 작품들은 늘 고향 바다를 시원(始原)으로 펼쳐진다. 그 바다는 역사적 상처와 개인의 욕망이 만나 꿈틀대는 곳이며, 새 생명을 길어내는 부활의 터전이다. 그는 지난 95년 서울을 등지고 전남 장흥 바닷가에 내려가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한승원의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한'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제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한'이 아니라 '생명력'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는 독자들이 만들어놓은 '가면'을 거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승원은 토속적인 작가다' 하는 것도 게으른 평론가들이 만들어놓은 가면일 뿐이지요. 작가는 주어진 얼굴을 거부해야 합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장편 '연꽃바다'를 쓸 때부터 제 작품세계는 크게 변했습니다. 생명주의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인데, 저는 그것을 휴머니즘에 대한 반성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인간 본위의 휴머니즘이 우주에 저지른 해악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는 노장(老莊)이나 불교 사상에 있다고 봅니다."
소설집 『앞산도 첩첩하고』 『안개바다』 『미망하는 새』 『폐촌』 『포구의 달』 『내 고향 남쪽바다』 『새터말 사람들』 『해변의 길손』 『희망 사진관』,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해일』 『동학제』 『아버지를 위하여』 『까마』 『시인의 잠』 『우리들의 돌탑』 『연꽃바다』 『해산 가는 길』 『꿈』 『사랑』 『화사』 『멍텅구리배』 『초의』 『흑산도 하늘길』 『추사』 『다산』 『원효』 『보리 닷 되』 『피플 붓다』 『항항포포』 『겨울잠, 봄꿈』 『사랑아, 피를 토하라』 『사람의 맨발』, 『달개비꽃 엄마』, 산문집 『허무의 바다에 외로운 등불 하나』 『키 작은 인간의 마을에서』 『푸른 산 흰 구름』 『이 세상을 다녀가는 것 가운데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 『바닷가 학교』 『차 한 잔의 깨달음』 『강은 이야기하며 흐른다』, 시집 『열애일기』 『사랑은 늘 혼자 깨어있게 하고』 『달 긷는 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 『이별 연습하는 시간』 『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 『꽃에 씌어 산다』 등이 있다.
[목차]
작가의 말 : 내가 하늘을 보는 까닭은 7
서문 : 늙은 감나무와의 대담 12
1 나의 눈빛이 하늘의 별을 만든다
어둠 속에 나를 묻어놓는 것도, 거기에서 나를 꺼내는 것도 나이다
수방청 당숙의 바보 같은 마음
시인의 얼굴
나를 늘 강하게 만드는 슬픈 음화 같은 기억
절대자의 사랑이 내게로 날아들었다
과거 혹은 고정관념이라는 감옥에서 졸업하기
물은 도전적으로 흐르고 꽃은 공격적으로 핀다
겨울 나목 앞에서 옷깃을 가다듬다
삶은 산보다 무겁고 사랑은 새털보다 가볍다
2 모래의 시간을 생각하다
파도를 보고 모래의 시간을 생각한다
나의 삶은 지금 어느 계절인가
봄꽃은 순간이고 여름은 길게 출렁거린다
친구여, 내가 얼마나 부자인지 말해주겠다
내 얼굴은 하나의 새콤한 관념이다
여신의 영육과의 깊은 만남
신화적인 바다의 실제 상황 중개하는 리포터
3 꽃향기를 귀로 듣다
꽃들의 사업
철없는 나의 몸은 봄을 노래하는 한 편의 시
한 마리의 벌이 되어
향기를 귀로 듣다
나 멀리 떠나고 난 뒤 토굴 마당에는
사랑하는 나의 여름신부
바람이 불자 여신의 달빛 옷자락이 날리고
4 태양은 언제나 문 밖에 있다
마음에 거울 하나 지니고 살아간다
해야, 김칫국에 밥 말아 묵고 얼릉얼릉 나오너라
섣달 그믐밤에 잠자면 굼벵이가 된다
새 아침의 기도
우리는 모두 한 개 한 개의 섬이다
행운과 액운은 동전의 양면
경계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5 풀 베고 책 읽고 글 쓰고 명상하고
하늘의 마음을 가지고 살다
갇혀 살기와 자기 풀어놓기의 묘
그 오솔길 양쪽에 전혀 다른 향기로운 삶이 놓여 있다
꽃샘바람 속에서 세한도를 읽다
차와 깨달음의 색깔
흐물흐물해진 삶을 성난 얼굴로 돌아보다
모두 취해 있지만 나 혼자 깨어 있네
6 차는 식었지만 맛은 달다
늙어가지만 낡아지지 않는다
생각의 가지치기
오는 님을 숨어서 반기는 여인처럼_산유화처럼 사는 ㄱ스님에게
우리 집 꾀꼬리는 장흥 안양의 사투리로 운다
흰, 그게 시(詩)이다
꽃 지면 열매 있고 달 지면 흔적 없어라
백팔 톤 바위로 백팔번뇌 눌러놓고
7 내 콧구멍 속 어둠 밝히기
그냥 웃지만 마음은 한가롭네
콧구멍 속의 어둠에 대하여
바다를 심호흡하다
개의 눈에는 바람은 보이는데 눈〔雪〕은 보이지 않는다
내 피 속에 시끄러움이 들어 있다
손은 부처님 손인데 왜 다리는 나귀 다리인가
강아지풀, 얼마나 대단한 경전인가
도끼문자
어버이나 선생이 아이들을 바보로 만든다
세상의 모든 것은 흘러야 한다
8 빈 그릇 흔들기
검은 구름장이 하얀 흰 눈을 토해내듯
스님의 사업(事業)과 소설가의 사업
매화 향을 먹고 살다
나의 낙화시기를 점쳐보다
꽃을 쳐내고 먼 산을 보네
‘달 긷는 집’에서
사람들은 속이 텅 빈 그릇 하나를 흔들고 있다
순백으로 돌아가기
9 내 영혼에 드리운 그윽한 그림자들
절하고 싶어 절에 갑니다
부처님의 맨발
파란 허공을 쳐다보며 _열반에 든 법정 스님께
바보 성자, 혹은 이 땅의 빛과 소금 _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께
새벽 바람벽을 기어가는 화사와 마주치다
여가수의 아버지 찾기
나를 기다리는 두 여인
부록 병상일기 _사랑하는 아들딸에게 주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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