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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 주역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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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주역은 점치는 책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이들이 많다. 하지만 공자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탐독하였다는 주역은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가 담긴 동양철학 분야의 가장 오래된 고전이다.
이 책 『주역선해(周易禪解)』에는 부처님의 눈으로 주역의 도를 읽고 주역의 눈으로 부처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지혜가 담겨 있다. 실로 주역이 안으로는 성인의 마음을 밝혀가며 밖으로는 제왕의 정의로운 통치를 돕는 것이라면 주역선해는 거기에다 깨달음의 영성(靈性)을 더한 것이다.

연지 대사 주굉, 자백진가, 감산덕청과 아울러 명나라 사대가 중의 한 분으로 존경받는 지욱 선사가 유식(唯識), 천태학, 선(禪) 등 해박한 불교지식을 총동원, 불교적인 입장에서 해석한 주역선해는 의리역(義理易)의 명저로 명말 당시 불교와 유교 양대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유불선 삼교를 두루 회통한 지욱 선사의 장광설이 담긴 주역선해를 번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그 양도 많거니와 웬만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퍽이나 길고 사변적이며 전문용어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불교사상 지금까지 탄허 스님이 현토하고, 한문투로 번역한 것만이 나왔을 뿐이다.
다행히 유불선 삼교를 30년 동안 연구한 이둔 선생이 10여 년 동안 준비하고, 7년 동안 심혈을 기울인 노력 끝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현대문체로 책임감 있게 완역하였다. 게다가 유불선을 아우르는 방대하고도 상세한 주(註)를 담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삶과 수행의 바른 길잡이인 놀라운 『주역선해(周易禪解)』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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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원형이정(元亨利貞)은 천도(天道)의 덕이며, 상락아정(常樂我淨)은 불타(佛陀)의 덕이라 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한 생을 살아가면서 천도의 덕을 알아 그 도리를 거스르지 않고, 불타의 덕을 깨달아 진상(眞常)과 진락(眞樂)과 진아(眞我)와 진정(眞淨)을 누리게 된다면 유교와 불교와 도교를 막론하고 성자의 길이 여기에서 더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역(易)에 말하기를 잠룡물용(潛龍勿用) 현룡재전(顯龍在田)이라하였다. 사람들의 삶이나 삼라만상 모두가 시절인연이 있다. 그 시절인연을 잘 살펴서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릴 줄 알고 나아갈 때는 나아갈 것을 알고 움직이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과 현명한 처사의 요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훌륭한 가르침을 등한시하여 끝내 폐가망신에 이른 뒤에야 성인들의 경전을 뒤적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개울물은 바다에 이르러 다하고 『대학』과 『중용』은 『주역(周易)』에 이르러 다한다.
나는 어려서 탄허(呑虛) 스님의 문하에 들어 재주 없음을 돌보지 않고 스승이 하는 공부와 스승이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따라 배우리라는 만용으로 화엄과 선학은 물론 유불선 삼교(三敎)에도 거칠게나마 출입한 덕택에 노자, 장자를 배우고 사서삼경도 대강 알아듣게 되었다. 특히 공자도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읽었다는 주역에 대해서는 특별한 매력을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1978년 겨울 탄허 스님은 오대산에서 화엄경 강설을 하고나서 『주역선해(周易禪解)』를 잠깐 강의하신 적이 있다. 그 때 그 선해 강의를 듣고는 역학과 불교와의 관계에 대해서 부족하지만 대강의 눈을 뜰 수 있었는데 30년이 지난 오늘 주역선해에 이렇게 추천사를 쓰는 인연이 될 줄이야.

저자인 지욱(智旭) 스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역(易)을 해석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선(禪)으로써 유(儒)에 들어가 유학자들로 하여금 선에 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함이다.”라고 하였다.
선불교는 불교의 첨단이며 역학은 유교의 최고봉이다. 지욱 스님은 선불교로써 역학을 해석하는 형식을 빌려 선불교와 역학을 서로 서로 해석하고 보완하면서 비교하고 분석하여 인류사상 다시 없을 최고의 고담준론을 펼쳤다. 선도 어려운데 하물며 역학이겠는가.

그런데 이 말대(末代)에 이둔(理屯) 박태섭(朴泰燮)이라는 석학이 있어 『주역선해』를 번역하고 주해하여 세상에 내어놓았다. 선과 주역을 동시에 모두 깨닫는 길이 열리었다. 이 얼마나 희유한 일인가. 진짜 우담바라 꽃이 핀 것과 다름없는 경사다. 이런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 시대에 매우 준수한 사람이라 하겠다. 뜻있는 사람들의 큰 위안이 되리라 믿고 힘껏 추천하는 바이다.

2007년 만춘지절 금정산 범어사에서
여천무비(如天無比, 전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교육원장) 삼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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