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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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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한국문단에서 문인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받는, ‘작가들의 스승’ 한승원. 그를 향한 존경은 등단 52년이라는 세월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작가로서의 치열함과 스스로를 냉혹하게 다스리며 변화하는 자기 갱신에 있다. 해마다 한 권 꼴로 장편소설.중단편집.시집.산문집을 펴내는 놀라운 생산력(生産力)은 바로 그러한 한승원 특유의 작가 정신에서 비롯된다.
2018년 새봄과 함께 찾아온 신작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역시 작가의 성실함과 치열함이 꼿꼿하게 살아있다. 이번 산문들은 ‘아버지의 의지와 상반되는 쪽으로 황소처럼 나아가던 아들’의 나날에서 자꾸만 ‘슬픈 눈이 되어버리는 늙은 아비’의 시간까지 작가가 통과해 온 세월을 아우르고 있다.

이 오디오북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의 ‘2020년 오디오북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목차

작가의 말 : 내가 하늘을 보는 까닭은 7
서문 : 늙은 감나무와의 대담 12

1 나의 눈빛이 하늘의 별을 만든다
어둠 속에 나를 묻어놓는 것도, 거기에서 나를 꺼내는 것도 나이다
수방청 당숙의 바보 같은 마음
시인의 얼굴
나를 늘 강하게 만드는 슬픈 음화 같은 기억
절대자의 사랑이 내게로 날아들었다
과거 혹은 고정관념이라는 감옥에서 졸업하기
물은 도전적으로 흐르고 꽃은 공격적으로 핀다
겨울 나목 앞에서 옷깃을 가다듬다
삶은 산보다 무겁고 사랑은 새털보다 가볍다

2 모래의 시간을 생각하다
파도를 보고 모래의 시간을 생각한다
나의 삶은 지금 어느 계절인가
봄꽃은 순간이고 여름은 길게 출렁거린다
친구여, 내가 얼마나 부자인지 말해주겠다
내 얼굴은 하나의 새콤한 관념이다
여신의 영육과의 깊은 만남
신화적인 바다의 실제 상황 중개하는 리포터

3 꽃향기를 귀로 듣다
꽃들의 사업
철없는 나의 몸은 봄을 노래하는 한 편의 시
한 마리의 벌이 되어
향기를 귀로 듣다
나 멀리 떠나고 난 뒤 토굴 마당에는
사랑하는 나의 여름신부
바람이 불자 여신의 달빛 옷자락이 날리고

4 태양은 언제나 문 밖에 있다
마음에 거울 하나 지니고 살아간다
해야, 김칫국에 밥 말아 묵고 얼릉얼릉 나오너라
섣달 그믐밤에 잠자면 굼벵이가 된다
새 아침의 기도
우리는 모두 한 개 한 개의 섬이다
행운과 액운은 동전의 양면
경계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5 풀 베고 책 읽고 글 쓰고 명상하고
하늘의 마음을 가지고 살다
갇혀 살기와 자기 풀어놓기의 묘
그 오솔길 양쪽에 전혀 다른 향기로운 삶이 놓여 있다
꽃샘바람 속에서 세한도를 읽다
차와 깨달음의 색깔
흐물흐물해진 삶을 성난 얼굴로 돌아보다
모두 취해 있지만 나 혼자 깨어 있네

6 차는 식었지만 맛은 달다
늙어가지만 낡아지지 않는다
생각의 가지치기
오는 님을 숨어서 반기는 여인처럼_산유화처럼 사는 ㄱ스님에게
우리 집 꾀꼬리는 장흥 안양의 사투리로 운다
흰, 그게 시(詩)이다
꽃 지면 열매 있고 달 지면 흔적 없어라
백팔 톤 바위로 백팔번뇌 눌러놓고

7 내 콧구멍 속 어둠 밝히기
그냥 웃지만 마음은 한가롭네
콧구멍 속의 어둠에 대하여
바다를 심호흡하다
개의 눈에는 바람은 보이는데 눈〔雪〕은 보이지 않는다
내 피 속에 시끄러움이 들어 있다
손은 부처님 손인데 왜 다리는 나귀 다리인가
강아지풀, 얼마나 대단한 경전인가
도끼문자
어버이나 선생이 아이들을 바보로 만든다
세상의 모든 것은 흘러야 한다

8 빈 그릇 흔들기
검은 구름장이 하얀 흰 눈을 토해내듯
스님의 사업(事業)과 소설가의 사업
매화 향을 먹고 살다
나의 낙화시기를 점쳐보다
꽃을 쳐내고 먼 산을 보네
‘달 긷는 집’에서
사람들은 속이 텅 빈 그릇 하나를 흔들고 있다
순백으로 돌아가기

9 내 영혼에 드리운 그윽한 그림자들
절하고 싶어 절에 갑니다
부처님의 맨발
파란 허공을 쳐다보며 _열반에 든 법정 스님께
바보 성자, 혹은 이 땅의 빛과 소금 _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께
새벽 바람벽을 기어가는 화사와 마주치다
여가수의 아버지 찾기
나를 기다리는 두 여인

부록 병상일기 _사랑하는 아들딸에게 주는 편지

 

저: 한승원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교사 생활을 하며 작품 활동을 병행하다가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목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뒤 소설가와 시인으로 수많은 작품을 펴내며 한국 문학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김동리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 한국 문단에 큰 궤적을 남겼다
인생 내내 ‘해야 하는 것’에 떠밀리며 살다가, 30대가 되어서야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내가 살고 싶은 방향을 찾고 있다. 지금은 글을 다듬어 펴내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을 한다. 터닝 포인트에 있는 사람, 가끔은 예민하고 가끔은 둔감한 사람, 한산한 버스를 좋아하는 사람, 낯을 가리지만 사실 웃음도 눈물도 화도 많은 사람, 거리를 걷다가 동물을 보면 내적 기쁨이 폭발하는 사람, 그리고 글을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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